<인지공리04_2>

변환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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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조와 변환

방을 고를 때 친구가 살아 본 방 이야기를 듣는다. 월세가 비슷했는지.. 역에서 얼마나 걸렸는지.. 겨울에 추웠는지. 그 이야기는 내 방을 따질 항목과 눈금을 세우는 데 쓰인다. 친구의 방을 그대로 옮겨 올 수는 없다. 층도 다르고.. 창도 다르고.. 무엇보다 내 사정이 다르다. 앞쪽이 참조이고.. 방을 통째로 옮겨 오는 쪽이 변환이다.

참조와 변환은 다르다. 참조는 기존 사례를 가져와 새 문제의 축을 세우는 데 참고하는 것이고.. 변환은 하나의 실체를 다른 축좌표계로 옮겨 동일하게 재현하는 것이다. 둘의 차이는 사소하지 않다.

축변환이 성립하려면 고정축·실체 가정·동일연산 요구라는 세 조건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 물리적 텐서(<인지공리04_4>)에서 축변환이 요구되는 이유는 가설적 실체를 상정하고.. 그 실체가 어느 축에서 관측되든 동일해야 한다는 좌표계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이 변환은 정의 안에서 동일성이 보장되는 형식 층의 변환이며.. 수식 위에서는 완전하게 성립한다.

2. 현실에는 변환이 없다

변환과 참조의 기초는 동일성과 유사성이다. 변환은 빈틈없는 동일성을 요구하고.. 참조는 유사성으로 충분하다.

현실에서 빈틈없는 동일성은 성립하지 않는다. 복잡계는 창발·비선형·맥락의존으로 같은 조건의 재현을 막고.. 엔트로피는 같은 상태의 보존을 막으며.. 모든 현안 목표는 고유하다. 형식 층의 변환도 현실에 적용되는 순간 참조가 된다. 현실의 인지연산에서 실제로 쓰이는 것은 참조뿐이다.

아래쪽 돌다리를 보며 새 나무다리를 놓는다.
아래쪽 돌다리를 보며 새 나무다리를 놓는다.

3. 현안처리의 두 경로

인간의 현안처리로 좁히면 사정은 더 분명해진다. 새로운 현안 앞에서 인지연산이 취할 수 있는 경로는 두 가지뿐이다. 백지 위에 축을 새로 세우거나.. 기존 사례를 참조하여 축을 세우거나.

현안마다 축을 강제하는 문제 자체가 다르므로.. 동일한 실체가 축만 바뀐 채 보존된다는 변환의 조건이 현안처리 영역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인지공리04_1>에서 본 대로 인간의 현안처리는 실체를 상정하지 않으므로 좌표계 독립성이라는 요구 자체가 이슈가 되지 않는다. 이슈가 되지 않는 것을 해소할 도구인 축변환 공식도 필요하지 않다.

4. 빈자리를 채우는 것

변환이 빠진 자리를 채우는 것은 참조와 신규 축좌표계 세팅이다. 참조는 가져옴이지 옮김이 아니다. 이전 문제의 축은 그 문제에 남고.. 새 문제는 그 축을 참고하되 자기 축을 새로 세운다.

옛 지도첩을 펴 두고 새 지도를 그린다.
옛 지도첩을 펴 두고 새 지도를 그린다.

5. 옮길 수 없으면 가져온다

복잡계는 축변환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참조를 강제한다. 최적화는 목적함수와 제약조건이 문제마다 다르므로 신규 축좌표계 세팅을 강제한다. 새 문제가 생기면 상황이 축을 강제하고.. 그 축에서 문제를 풀며.. 이전 문제들은 참조된다. 축변환은 이 구조에 없다.

그렇다면 변환처럼 보이는 정밀한 참조들은 무엇인가. 참조에도 층이 있다. 이 층은 <인지공리04_3>에서 다룬다.

옮길 수 없으면 가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