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파 입자의 확정 33:50 ~ 42:38
구간의 첫 장은 원자의 구조가 아니라 원자를 두드릴 도구의 정체를 확정하는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러더퍼드가 금박에 알파 입자를 쏘아 원자핵을 찾아낸 1911년의 실험이 성립하려면 먼저 알파 입자가 무엇인지가 확정되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정체를 모르는 망치로 두드린 결과는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으므로 첫 거점은 대상이 아니라 도구에 박힐 수밖에 없었다.
강연자는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결론의 이름을 미리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원자라는 개념이 아직 없던 1908년의 지식만으로 알파 입자의 정체가 판정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전자를 끌어당기는 관측에서 전하를 정하고 분광학이 먼저 세워 둔 빛의 띠를 딛고 원소를 정하는 두 단계가 이 장의 뼈대를 이룬다.
이때 원자핵이라는 개념은 나중에 생각하시면 돼요.
강연자는 방금 핵을 발견했다고 말해 놓고 곧바로 원자핵이라는 개념을 뒤로 미루는데.. 1911년의 실험이 확정한 것은 가운데에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까지였고 원자핵이라는 이름은 그 위에 나중에 붙었기 때문이다. 확정되기 전의 이름을 먼저 쓰지 않는다는 이 태도가 구간 전체를 끌고 가는 출발점이 된다.
러더퍼드의 연구 연도를 기억하셔야 되는데 08, 11, 13, 19, 31, 32. 이 연도를 좀 추적해야 돼요.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강연자는 거점이 박힌 순서를 연도로 먼저 늘어놓는데.. 이 여섯 개의 연도는 정상에서 로프를 걷어 올렸을 때 올라온 길을 따라 박혀 있는 확보점들의 배열과 같아서 이후의 이야기는 그 확보점 하나하나가 어떻게 박혔는지를 되짚어 가는 과정이 된다.
원자라는 실체가 드러나는 거는 장님이 코끼리 더듬는 것과 똑같은 현상이에요. 그걸 50년 동안 더듬었다고 생각해야 돼요.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는다는 비유는 전체의 모습을 모르는 채 손에 닿는 부분만을 확정해 나가는 방식을 가리키며 정상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오르는 등반과 구조가 같다. 50년이라는 시간은 그 더듬기가 한 번의 도약이 아니라 수많은 확보점을 차례로 박아 나간 일이었음을 보여 준다.
한꺼번에 다 알았던 게 아니고.. 하나하나 알아 가면서 답답해하고.. 알아 가고.. 실험하고.. 가정하고.. 수식 풀고.. 가정하고.. 알아 가고.. 실험하고.
강연자가 늘어놓는 동사들은 가정하고 실험하고 확정하는 한 사이클이 끝없이 되풀이되었다는 사실을 그대로 드러내는데.. 한 번 확정된 것이 결론으로 닫히지 않고 다음 가정을 세우는 바닥이 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쌓인 층이 지금 우리가 원자라고 부르는 개념을 이루게 되었다.
이걸 40년 동안 한두 명이 아니라 유럽 전체 과학자들이 매달렸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돼요.
이 등반은 한두 명의 천재가 혼자 오른 길이 아니라 유럽 전역의 과학자들이 서로가 박아 둔 확보점을 딛고 함께 오른 길이었으며.. 서로 다른 줄의 로프가 한 지점에서 만나는 이 구조는 4장에서 분광학자들과 보어의 합류로 다시 등장한다.
그 첫 단추가 뭐냐면.. 러더퍼드가 맨 처음에 했던 건 금박에다가 알파 입자를 썼어요.
강연자는 금박 실험을 목표로 먼저 제시한 뒤 이야기를 곧바로 그 앞 단계로 되돌리는데.. 금박에 무엇을 쏘았는지를 모르면 튕겨 나온 결과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실험의 대상보다 실험의 도구를 먼저 확정해야 한다는 순서가 여기서 정해진다.
내가 이 금 판때기를 연구하는데.. 내가 실험에서 쓰는 이 탐침이 뭔지 알아야 분석을 할 거 아닙니까?
탐침의 정체를 모르는 채 얻은 결과는 해석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인데.. 확정되지 않은 도구로 박은 확보점은 추락을 막아 주지 못하므로 첫 거점은 대상이 아니라 도구 위에 세워져야 했다.
라듐 들어 보셨죠? 이게 방사성 동위원소입니다. 얘가 알파 입자를 낸다는 건 그때 다 알았어요.
알파 입자의 정체를 판정하기 전에도 디딜 수 있는 바닥은 이미 있었는데.. 퀴리 부인이 찾아낸 라듐과 러더퍼드가 붙여 둔 알파·베타·감마라는 이름이 그 바닥이었다. 정체는 몰라도 라듐이 알파선을 낸다는 사실만큼은 확정되어 있었으므로 그 사실을 딛고 다음 판정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알파 입자가 나왔는데 그때는 알파 입자가 뭔지 몰랐어요. 근데 오직 얘만 갖고 우리가 실험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였어요.
쓸 수 있는 도구가 알파 입자 하나뿐이었다는 사실이 판정의 순서를 정했는데.. 정체를 모르는 도구를 쥐고서는 어떤 실험 결과도 확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 도구의 정체를 밝히는 일이 모든 탐구보다 앞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요 알파 입자가 전자 두 개를 당겨 가는 거예요. 그 말은 얘가 플러스 전기를 띠었다는 말이죠. 플러스 두 개를.
전자 두 개를 끌어당긴다는 관측에서 플러스 두 개라는 전하를 확정하는 대목인데.. 이 판정에 쓰인 전제가 모든 원소는 전기적으로 중성이라는 사실 하나였으므로(53:21에서 강연자가 되짚는다) 원자의 구조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도 판정이 설 수 있었다.
알파 입자하고 전자 두 개가 붙은 이게 어떤 원소인가를 분석하면 되잖아요. 스펙트럼을 분석했어요. 했더니 헬륨이라는 게 발견이 됐어요.
전하를 확정한 다음에는 그 입자가 어떤 원소인지를 가려야 했는데 이 판정은 분광학이 먼저 세워 둔 원소별 고유한 빛의 띠를 딛고 이루어졌다.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박아 둔 확보점을 빌려 오르는 이 장면은 4장에서 분광학이 다시 돌아올 때 더 큰 의미를 갖게 된다.
이때 말을 굉장히 조심해야 돼요. 1908년에는 원자 모델이 나오지 않았어요.
강연자는 1908년 시점에 원자 모델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헬륨 원자가 아니라 헬륨 원소라고 적어야 한다고 거듭 말하는데.. 그 시점에 확정되지 않은 개념을 끌어다 쓰는 순간 판정의 과정이 지워지기 때문이다. 이름을 절제하는 일은 곧 거점의 높이를 정확하게 표시하는 일이 된다.
이 전체 게임은 정확하게 장님이 코끼리 더듬는 것과 똑같습니다. 미리 이걸 알고 있었다 하면 여러분들 이걸 따라올 수가 없어요. 같이 더듬어야 돼요.
결론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거점이 박히는 순간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강연자는 같이 더듬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은 청중에게 알고 있는 것을 내려놓고 출발점으로 돌아와 달라는 요청이며.. 이 요청이 받아들여져야 이후의 전개가 발견으로 읽힌다.
원자란 개념이 우리가 등산하는 최정상입니다. 그 정상에 올라가기 전에 그 정상 이름을 부르면 안 돼요. 모르니까.
강연자는 원자라는 개념을 등산의 최정상에 비유하며 정상에 오르기 전에는 그 이름을 부르지 말라고 말하는데.. 정상의 이름은 정상에 선 사람이 붙이는 것이지 아직 오르는 중인 사람이 먼저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확보된 거점의 논리를 강연자가 자기 언어로 그대로 말하고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1908년에 라듐에서 나오는 알파 입자가 바로 헬륨 원자핵이라는 걸 알았다는 거예요.
1908년에 알파 입자의 정체가 헬륨의 핵으로 확정되면서 첫 번째 거점이 박히고.. 이 거점은 이후 50년 동안 입자 물리학의 모든 실험이 딛고 올라서는 바닥이 된다.
확보 FOB 1 · 1908 1908년에 알파 입자가 +2 전하를 띤 헬륨의 핵이라는 사실이 확정되었는데.. 물질을 두드릴 망치의 무게와 전하를 알게 되었으므로 이 망치로 얻는 결과는 이제 해석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남음 이 망치로 물질을 두드리면 무엇이 튕겨 나오는가 하는 물음이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2. 핵의 발견과 텅 빈 공간 42:38 ~ 54:23
1908년에 확정된 알파 입자는 곧바로 1911년 실험의 출발점이 되는데.. 정체를 아는 망치로 금박을 두드렸기 때문에 튕겨 나온 결과를 해석할 수 있었다. 그 결과는 두 겹의 판정으로 이어져서.. 대부분의 입자가 그대로 통과했으니 원자는 텅 비어 있어야 했고 드물게 튕겨 나온 입자가 있었으니 그 텅 빈 공간의 가운데에는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이 장의 한가운데에서 강연자는 다시 한번 진도를 멈추고 공부하는 방법 자체를 설명하는데.. 헬기를 타고 정상에 내린 사람과 확보점을 박으며 오른 사람을 구분하는 이 대목은 강연 전체에서 확보된 거점의 논리와 가장 직접 겹치는 부분이다.
그다음에 11년에는 뭐냐 하면 바로 핵을 발견해요. 이 실험이 1909년부터 시작이 돼 갖고 1911년에 해석이 다 끝나요.
첫 거점이 박히자 곧바로 다음 사이클이 시작되는데.. 1909년에 시작된 실험의 해석이 1911년에야 끝났다는 연도의 간격은 한 거점을 딛고 다음 거점을 박기까지 걸린 시간을 보여 준다.
알파는 08년에 +2라는 걸 알았죠. 됐죠? 이제 분석을 할 수가 있다는 거야.
알파 입자가 +2라는 사실이 확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비로소 금박 실험의 결과를 분석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1장에서 세운 거점이 이 장의 출발점으로 넘어오는 순간이어서.. 앞선 성과가 다음 시행착오의 재료가 되는 구조가 강연자의 짧은 한마디에 그대로 담겨 있다.
79번이면.. 양성자라고 지금 우리 지식으로 이야기하면 안 돼요. 플러스가 79라는 게 확립이 되는 거예요.
1911년에 확정된 것은 금의 플러스 전하가 79라는 사실까지였고 그 플러스를 양성자라는 입자로 부를 수 있게 된 것은 1919년의 일이었다. 그래서 강연자는 지금의 지식으로 그 시점의 판정을 덧칠하지 말라고 말하며 확정된 만큼만 말하는 절제를 다시 한번 요구한다.
그때 당시 알고 있는 지식만 갖고 유추를 해야지.. 우리는 헬기 타고 정상에 올라가 봤잖아요. 그걸 갖고 자꾸 생각하니까 과학이 실체적으로 느껴지지가 않는 거예요.
결론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은 헬기를 타고 정상에 내린 사람과 같은데.. 정상에 서 있기는 해도 올라오는 길에 확보점을 하나도 박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떨어지면 돌아갈 곳이 없다. 강연자는 과학이 실체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를 이 빈 확보점에서 찾는다.
반드시 그 발견한 당시로 돌아가야 되고 우리가 지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 다 무시해야 된다는 거예요. 이게 더 어려운 겁니다.
발견 당시로 돌아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무시하라는 요구는 인식을 비운 출발점인 타불라 라사로 돌아가라는 말과 같다. 이 출발점은 아무것도 모르는 자리가 아니라 알고 있는 것을 일부러 비워 낸 자리이기 때문에 강연자도 그쪽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 개념을 탈개념해야 돼. 100년 전 그때 당시에 더듬는 쪽으로 가면 그게 가장 빠른 학습이에요.
개념을 탈개념해야 한다는 말은 이미 가진 결론을 한 번 내려놓고 과정을 다시 밟으라는 뜻인데.. 그렇게 과정을 따라 박은 확보점은 다음 학습의 바닥으로 남기 때문에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이 길이 실제로는 가장 빠른 길이 된다.
같이 더듬어 보면 탐정 소설 읽는 거랑 똑같아요.
탐정 소설은 결말을 모를 때에만 추리가 성립하고 몰입이 생기는데.. 과학사를 결말을 모르는 채로 따라가면 같은 몰입이 생긴다는 이 비유는 확보된 거점의 방식으로 쓴 글이 왜 쉬듯이 읽히는지를 함께 설명해 준다.
1911년에 가장 중요한 게 뭐냐면 핵이 확실해지는 거예요. 핵이 있다. 요게 가장 핵심 개념이에요.
강연자는 1911년의 핵심을 핵이 있다는 한 문장으로 압축하고.. 이 한 문장이 두 번째 거점의 내용이 된다.
알파 입자를 100개를 쏘면 99개가 통과해 버리는 거예요. 금에 구멍이 뚫린 거 아니잖아. 단단한 거잖아.
알파 입자 100개 가운데 99개가 금박을 그냥 통과했다는 관측인데.. 확정된 도구로 얻은 결과였기 때문에 이 관측은 추측이 아니라 해석의 바닥이 될 수 있었다.
모든 물질은 원자로 돼 있는데 원자는 텅 비었다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죠.
단단한 금박을 입자가 그대로 통과했다면 금을 이루는 원자의 대부분은 비어 있어야 하므로.. 원자가 텅 비었다는 첫 번째 판정은 관측에서 곧바로 나온다.
그런데 왜 100% 안 지나가느냐? 한 개 정도는 왜 튕겨 나오느냐? 텅 빈 데 뭔가가 있었다는 거야.
모두가 통과하지 않고 드물게 튕겨 나오는 입자가 있었다는 사실에서 두 번째 판정이 나오는데.. 텅 빈 공간의 가운데에 입자를 되튕길 만큼 무겁고 단단한 무언가가 있다는 판정이다. 원자핵의 발견은 이 판정을 가리킨다.
잠실 체육관만 한 데 가운데 축구공 하나 있는 게 핵이고.. 스탠드에 탁구공 하나가 지나가는 게 전자라고 생각하면 돼요.
잠실 체육관 한가운데의 축구공과 관중석을 지나는 탁구공이라는 비유는 판정의 크기를 몸으로 느끼게 하려는 장치로서.. 원자의 대부분이 비어 있다는 사실을 숫자 대신 공간의 감각으로 전달한다.
먼저 전자를 발견한 사람이 러더퍼드의 스승인 톰슨이고.. 러더퍼드는 핵을 발견한 거예요.
전자는 스승인 톰슨이 찾아냈고 핵은 제자인 러더퍼드가 따로 찾아냈다. 서로 다른 사람이 서로 다른 시점에 박은 두 개의 확보점이 이렇게 나란히 놓였으므로.. 3장은 이 두 확보점을 잇는 시도에서 출발하게 된다.
그때는 원자라는 개념이 확립이 안 됐는데도 알 수 있는 거는.. 원소는 다 전기 중성이라고 알고 있었거든.
강연자가 1장의 판정을 되짚으며 그 근거를 밝히는데.. 원자라는 개념이 없었어도 모든 원소가 전기적으로 중성이라는 사실은 확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전자 두 개를 끌어당긴 입자는 +2를 띠고 있어야 한다는 판정이 설 수 있었다.
입자 물리학은 초기에 거의 한 50년 동안 쏠 수 있는 입자가 헬륨밖에 없었고 헬륨 갖고 모든 걸 두드리는 거야.
한 번 확정된 알파 입자는 이후 50년 동안 입자 물리학이 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도구가 되는데.. 1908년에 세운 거점이 그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반세기에 걸친 탐구의 출발점으로 재활용되는 장면이다.
근데 두드리는 이 망치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아야 이게 분석되잖아요. 그걸 알게 된 게 1908년이라는 거야.
망치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알아야 두드린 결과를 분석할 수 있다는 말은 거점이 다음 사이클로 넘어가기 위한 조건을 정확하게 짚고 있으며.. 1908년의 확정이 없었다면 1911년의 발견도 성립하지 않았다.
확보 FOB 2 · 1911 원자는 대부분 텅 비어 있고 그 가운데에 플러스 전하를 띤 무거운 핵이 있으며.. 전자는 그 바깥에 있다.
남음 핵과 전자가 어떻게 결합해 하나의 원자를 이루는가 하는 물음이 남는다.
강연자는 이 장 한가운데(46:27 ~ 51:15)에서 사람과 인류와 지구를 원자핵만 남기고 압축하면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를 한참 풀어 놓고.. 우리는 솜사탕 인생
이라는 말로 그 대목을 맺는다. 원자가 텅 비었다는 판정을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지만 거점이 박히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뼈대에서는 벗어난 곁가지여서 표에서는 뺐다.
3. 끊어진 궤도의 계산 54:23 ~ 1:12:20
3장은 두 거점을 이어 한 걸음 더 오르려다 추락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러더퍼드는 스승의 전자와 자신의 핵을 결합해 전자가 핵 둘레를 도는 원자 모형을 세웠지만.. 원운동을 하는 전자는 빛을 내며 에너지를 잃고 결국 핵으로 떨어져야 했기 때문에 이 모형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는데.. 무너진 것은 전자가 연속으로 돈다는 가정이었고 핵과 전자가 있다는 두 거점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보어는 무너진 모형의 잔해가 아니라 남은 거점에서 다시 출발하면서 근거가 없는 가정 하나를 박았는데.. 전자가 도는 궤도의 각운동량 mvr이 연속된 값을 갖지 않고 플랑크 상수 단위로 끊어진다는 가정이었다. 이 가정 하나에서 궤도의 반지름과 에너지가 계산되어 나오지만.. 이 장이 끝나는 시점까지 보어의 궤도는 확정된 거점이 아니라 검증을 기다리는 가정으로 남아 있다.
자기 스승이 찾아낸 전자하고 자기가 발견한 핵하고 결합을 시키는 모델을 만든 거예요. 이게 바로 러더퍼드의 원자예요.
러더퍼드는 스승이 찾은 전자와 자신이 찾은 핵이라는 두 거점을 딛고 가정 하나를 박는데.. 전자가 핵 둘레를 돈다는 이 가정은 두 사실을 하나의 구조로 묶으려는 자연스러운 다음 걸음이었다.
이거를 그때 당시 물리학자들이 믿지 않았어요. 말이 안 된다.
새 모형은 발표되자마자 당대 물리학자들의 의심을 받았고.. 뒤따를 추락은 이 의심에서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가속도 운동이면 전자기파를 방출해요. 인공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다가 에너지가 떨어지면 지구에 추락하잖아요. 이 전자가 추락을 한다는 거예요.
가속 운동을 하는 전하가 전자기파를 내보내며 에너지를 잃는다는 것은 당시의 확정된 물리였기 때문에.. 그 물리에 따르면 핵 둘레를 도는 전자는 에너지를 잃고 핵으로 떨어져야 했다. 강연자 스스로 인공위성의 추락에 빗대어 이 과정을 설명한다.
러더퍼드의 원자는 붕괴가 돼 버려요. 원자로서 유지를 못 해요.
러더퍼드의 원자는 원자로서 유지되지 못하고 무너지는데.. 무너진 것은 전자가 연속으로 돈다는 가정이었고 핵이 있다는 사실과 전자가 있다는 사실은 그대로 남았다. 추락한 등반자가 마지막으로 박은 확보점까지만 떨어지는 것처럼 이 추락도 두 거점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았다.
그걸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게 바로 1913년에.. 보어의 원자가 나온 거예요.
추락 2년 만인 1913년에 보어의 원자가 나오는데.. 회복이 이렇게 빨랐던 것은 처음부터 다시 오를 필요 없이 남아 있는 두 거점에서 출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서 보어는 전자가 돌아가는 이 궤도가 딱 고정이 돼 있다고 생각한 거야. 딱 정해져 있다는 거예요.
보어의 가정은 러더퍼드의 모형이 무너진 지점을 정확히 막는다. 전자가 연속으로 돌기 때문에 떨어진다면 궤도가 정해진 자리에 고정되어 있어서 떨어질 수 없다고 보어는 가정했다.
이때부터 원자라는 말을 쓸 수 있어요.
강연자는 이 시점에 와서야 원자라는 말을 써도 된다고 말하는데.. 1장의 첫머리(33:53)에서 원자핵이라는 개념을 뒤로 미루고 42:14에서 정상에 오르기 전에는 그 이름을 부르지 말라고 했던 그 이름이 핵과 전자와 궤도가 모두 자리를 잡은 이 지점에서 비로소 풀리기 때문이다.
보어가 이 원자 모델을 만들어 내는 핵심은 딱 하나의 공식입니다. 하나의 가정을 했어요.
보어의 모형을 떠받치는 것은 가정 하나인데.. 오른 높이에 비해 박은 확보점이 하나뿐이므로 그 하나가 맞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이후 전개의 전부가 된다.
닐스 보어가 했던 가정은 딱 하나요. mvr이 양자화됐다는 거예요.
보어가 박은 가정의 내용은 궤도 각운동량 mvr이 양자화되어 있다는 것이며.. 이 한 줄이 이후의 계산 전체를 떠받친다.
깡통을 돌릴 때 속도는 내가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연속적인 값을 갖는다는 거잖아요. 이게 상식인데 닐스 보어는 이걸 터무니없이.. 속도도 정해진다는 거야.
줄에 매단 깡통은 손의 힘에 따라 얼마든지 빠르게도 느리게도 돌릴 수 있다는 것이 일상의 상식인데.. 보어는 그 상식을 거슬러 속도마저 정해진 값만 가질 수 있다고 가정했다. 이 가정에는 아직 아무런 근거가 없었으므로 그 옳고 그름은 4장의 측정이 판정하게 된다.
반지름.. 질량.. 속도를 곱한 양은 뭔지 모르지만 모든 값을 갖는 게 아니고.. 요게 바로 양자역학의 시작입니다.
강연자는 반지름과 질량과 속도를 곱한 양이 왜 끊어지는지를 뭔지 모르지만
이라는 말로 비워 두는데.. 이유가 비어 있는 가정을 그대로 딛고 오르는 이 지점이 양자역학의 출발점이 되고 비워 둔 이유는 다음 사이클의 과제로 넘어간다.
어떤 정수에다가 가장 작은 수를 요렇게 딱 곱한 걸 쓴 거야. n은 1, 2, 3 정수.. h바는 h를 2π로 나눈 거.
끊어지는 단위로 정수와 플랑크 상수의 곱이 들어오기 때문에.. 궤도 각운동량은 이 단위의 1배.. 2배.. 3배로만 존재할 수 있다.
이걸 플랑크 상수라 그래요. 이 숫자가 붙으면 무조건 양자화됐다. 그러면 원자 사이즈로 들어간다. 우리가 보는 거시 세계가 아니라는 거야.
플랑크 상수는 보어가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1900년에 플랑크가 열복사 문제를 풀며 이미 박아 둔 확보점이었고.. 보어는 다른 분야에서 확정된 이 단위를 원자 안으로 옮겨 와 자신의 가정을 세우는 데 썼다.
당기는 힘은 쿨롱 힘.. 도는 데 필요한 힘은 mv제곱 분의 r. 두 식을 연립하고 mvr = nħ를 넣으면 r이 나와요.
계산은 쿨롱의 힘과 원운동이라는 이미 확정된 고전 물리 위에 새 가정 하나만을 얹어 진행되는데.. 새로 박은 확보점을 최소로 줄이고 나머지는 모두 검증된 바닥을 딛는 방식이다.
a0가 얼마냐면 바로 0.53옹스트롬.
계산에서 가장 안쪽 궤도의 반지름이 0.53옹스트롬으로 나오는데.. 가정에서 뽑아낸 첫 번째 계산값이다.
r2는 a0에 2의 제곱.. 네 배. r3는 9a0.
궤도의 반지름은 가장 안쪽의 1배.. 4배.. 9배 자리에만 띄엄띄엄 놓이고 그 사이에는 전자가 있을 수 없으므로.. 끊어진 궤도라는 가정의 모습이 숫자로 드러난다.
에너지는 n제곱 분의 -13.6전자볼트. E2는 4분의 1.. E3는 9분의 1.
에너지는 -13.6전자볼트를 n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계산되는데.. 이 n제곱 분의 1
이라는 꼴이 4장에서 분광학자들이 측정만으로 찾아낸 공식과 만나게 된다.
손가락을 빨리 흔들면 뚝뚝 끊어져 보이죠? 모든 값을 갖는 게 아니고 이 속도가 딱 정해진 값만 갖는다는 거예요.
빠르게 흔드는 손가락이 뚝뚝 끊어져 보이는 모습은 연속된 운동이 정해진 값들로만 나타난다는 가정을 눈으로 떠올리게 하려는 비유이다.
이 n이 바로 이 n입니다. 주기율표하고 이 모델이 어떻게 결합되는가를 아시게 된 거예요.
궤도의 번호 n이 1869년 멘델레예프가 세운 주기율표의 주기와 맞물리는데.. 먼저 박혀 있던 확보점과 새 가정이 처음으로 맞아떨어지는 이 장면은 4장의 더 결정적인 합류를 예고한다.
확보 가정 · 1913 반지름과 에너지의 계산값은 나왔지만 그 값을 떠받치는 가정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으므로 새로 확정된 것은 없다.
남음 이 계산값이 실제 측정과 맞는가 하는 물음이 4장으로 넘어간다.
4. 분광학과의 싱크로 1:12:20 ~ 1:19:34
보어와 아무 관계 없이 수십 년 동안 빛의 선 간격만을 재 온 사람들이 있었다. 분광학자들은 기체를 통과한 빛을 사진으로 찍어 선과 선 사이의 거리를 자로 쟀고 그 선들이 무작위가 아니라 하나의 공식을 따른다는 것을 찾아냈는데.. 그 공식이 왜 성립하는지는 몰랐기 때문에 모른다는 사실을 그대로 둔 채 측정으로 확정할 수 있는 것만 확정했다.
그 공식의 n제곱 분의 1
이 보어가 가정에서 계산해 낸 n제곱 분의 1
과 같은 식이 되면서.. 아래에서 측정으로 올라온 로프와 위에서 가정으로 내려온 로프가 한 지점에서 만나고 3장의 가정은 비로소 거점으로 굳는다. 확정된 거점 위에 코펜하겐의 연구소가 서고 유럽의 젊은 학자들이 그리로 모여들면서 다음 등반이 시작된다.
닐스 보어의 원자 모델이 나오기 전에 그 수십 년 동안 분광학자들이라는 그룹의 사람들이..
이야기는 보어에게서 잠시 벗어나 전혀 다른 줄의 로프를 타고 오르던 사람들에게로 옮겨 가는데.. 1장 40:39에서 알파 입자가 헬륨이라는 것을 판정할 때 쓰인 바로 그 분광학이다.
가스에 빛을 통과하게 하면.. 통과한 빛을 사진을 찍는 거야.
기체에 빛을 통과시키고 그 빛을 사진으로 찍는다는 측정 장치의 설명인데.. 장치가 단순하기 때문에 측정값에는 해석이 섞이지 않는다.
필름을 이렇게 펼쳐 보면 요게 이렇게 선으로 나와요. 선으로.
필름을 펼치면 빛은 선으로 나타나며.. 분광학자들이 가진 재료는 이 선들이 전부였다.
요 선들의 간극.. 이 거리를 자로 잴 수가 있는 거예요. 누구냐 하면 고등학교 선생들이요.
선 사이의 간격은 자로 잴 수 있었고 실제로 그 일을 오래 해낸 사람 가운데에는 스위스의 고등학교 교사였던 발머가 있었는데.. 물리의 원리를 몰라도 측정만으로 확보점을 박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장면이다.
그때 사람들이 뭘 할 수 있겠어요? 아무것도 못 해요.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거는 이 선과 선 사이의 간극이..
당시 사람들이 할 수 있었던 일은 선과 선 사이의 간격을 재는 것 하나뿐이었는데.. 원인을 모르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그 이상을 넘보지 않은 이 태도가 곧 인식을 비운 출발점을 지키는 방식이 된다.
자로 재 봤더니 이 선이 그냥 랜덤한 게 아니고 요런 공식을 따른다는 거예요. 람다 분의 1은 R 곱하기.. n1 제곱 분의 1 빼기 n2 제곱 분의 1.
잰 값들이 무작위가 아니라 하나의 공식을 따른다는 것이 확정되었지만 그 공식이 왜 성립하는지는 비어 있었으므로.. 이 공식은 메커니즘 없는 거점이 된다.
물리 메커니즘을 모르는 상태에서 공식을 찾아낸 거예요. 어마어마하게 오랫동안 재고 해 갖고.
분광학자들은 모르는 것을 모르는 채로 두고 아는 것만 확정했는데.. 섣불리 이유를 지어 붙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자리가 비어 있을 수 있었고 그렇게 비워 둔 자리에 뒤에 보어의 가정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수소에 대해서 해 놨고.. 헬륨에 대해서.. 네온에 대해서 해 놨고.. 웬만한 기체는 다 해 놨다는 거예요.
수소와 헬륨과 네온을 비롯해 웬만한 기체의 선 스펙트럼이 모두 측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촘촘하게 박힌 이 확보점들은 어떤 이론이 오더라도 그 이론을 시험할 수 있는 단단한 바닥이 되었다.
E2는 E1을 2의 제곱으로 나눈 거.. E3는 3의 제곱으로 나눈 거.
강연자가 3장에서 계산한 에너지 값을 다시 꺼내는데.. 두 줄의 로프가 만나기 직전의 장면이다.
이 사람들이 찾아낸 n제곱 분의 1하고.. 보어의 n제곱 분의 1이 바로 요렇게 연결된다는 걸 알고 완전히 홈런을 친 거예요. 장외 홈런을 친 거예요.
분광학자들이 측정으로 찾아낸 n제곱 분의 1
과 보어가 가정에서 계산해 낸 n제곱 분의 1
이 같은 식으로 연결되는데.. 아래에서 올라온 로프와 위에서 내려온 로프가 정확히 한 지점에서 만나는 이 순간을 강연자는 장외 홈런이라고 부른다.
이 사람들 사이에는 아무 관계 없어요. 근데 이 사람들은 자료를 재 갖고.. 물리는 모르는데.. 닐스 보어의 원자 모델에 의해서 나온 이론값하고 딱 맞아 버린 거예요.
두 집단 사이에 아무 관계가 없었다는 사실이 이 합류의 무게를 정하는데.. 서로 독립된 두 경로가 같은 값에 닿았기 때문에 우연으로 설명할 수 없고 근거가 없던 3장의 가정은 이 일치로 확정된 거점이 된다.
그래서 닐스 보어가 영웅이 돼 버린 거예요. 영웅이 돼 갖고 노벨상을 받아요.
보어는 영웅이 되어 노벨상을 받는데.. 거점이 학계 전체에 공인되는 장면이다.
닐스가 그 별장을 연구소로 만드는 거예요. 그게 그 유명한 닐스 보어의 코펜하겐 연구소입니다.
코펜하겐에 보어의 연구소가 서면서 확정된 거점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물리적인 장소가 되었고.. 이 장소가 다음 등반의 베이스캠프 구실을 하게 된다.
유럽에 있는 젊은 학자들이 구름같이.. 전 유럽에서 몰려들었습니다.
유럽 전역의 젊은 학자들이 이 거점으로 모여드는데.. 다음 사이클을 오를 등반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면이다.
이때 모여든 학자들이 이제 본격적인 양자역학을 만들어요.
코펜하겐에 모인 학자들이 본격적인 양자역학을 세우면서 보어의 거점은 결론으로 닫히지 않고 다음 사이클의 출발점이 되었고.. 이 스냅은 거점이 출발점으로 바뀌는 바로 그 지점에서 닫는다.
확보 FOB 3 · 1913 전자의 궤도가 정해진 값만을 가진다는 사실이 측정으로 확정되었고.. 빛의 선 스펙트럼과 주기율표의 주기가 이 하나의 사실로 함께 설명된다.
남음 궤도가 왜 정해진 값만을 가지는가 하는 물음이 남는데.. 3장 1:01:08에서 강연자가 뭔지 모르지만
이라고 비워 둔 이 이유가 다음 사이클의 출발점이 된다. 슈뢰딩거·보른·하이젠베르크·디랙·파울리가 오르게 될 이 구간은 원래 영상의 1:19:40 이후에 이어진다.